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사치 중 하나입니다.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 위치한 히가시 차야 거리(ひ가し茶屋街)는 바로 그 사치를 현실로 구현해 놓은 공간입니다. 에도 시대 중기인 1820년대부터 형성된 이곳은 당시 영주들의 유흥과 예술이 꽃피웠던 찻집(차야)들이 오늘날까지 국가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숨 쉬고 있습니다. 2차 세계대전의 공습을 기적적으로 피한 덕분에, 우리는 200년 전 무사들과 상인들이 거닐던 그 길을 똑같은 눈높이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. 오늘 이 길 위에서, 가나자와가 빚어낸 역사와 예술의 결을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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핵심 포인트
가나자와 3대 차야 거리 중 최대 규모이자 화려함의 극치 / 중요문화재 ‘시마’ 등 내부 관람 가능한 찻집 다수 / 금박을 활용한 현대적 미식과 전통의 조화
추천 대상: 역사와 전통 건축을 좋아하는 분,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은 여행자, 일본 다도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분
소요 시간: 상세 탐방 기준 약 2.5 ~ 3시간 (주변 주계정 거리 포함)
접근성: 가나자와역에서 버스로 약 12~15분 거리
이 글의 목차
1. 가나자와역에서 히가시 차야 거리 가는 법
가나자와 여행의 관문인 가나자와역에서 히가시 차야 거리로 향하는 공식적인 루트는 ‘가나자와 주유 버스(城下まち金沢周遊バス)’를 이용하는 것입니다. 역 동쪽 출구(Kenrokuen Gate)의 7번 승승장으로 가면 녹색과 빨간색의 복고풍 버스를 마주하게 됩니다. 여기서 ‘오른쪽 회전(RL: Right Loop)’ 노선을 승차해야 합니다. 왼쪽 회전을 타게 되면 시내를 크게 돌아 1시간 가까이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.
버스 요금은 전 구간 단일 요금으로 성인 220엔입니다. 하지만 가나자와를 하루 동안 구석구석 누빌 예정이라면 ‘가나자와 시내 1일 프리 승차권(800엔)’을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입니다. 네 번만 타도 본전 이상이며, 주요 박물관 입장료 할인 혜택까지 쏠쏠하게 챙길 수 있습니다. 목적지인 ‘하시바쵸(橋場町)’ 정류장까지는 약 12~15분이 소요되며, 정류장애서 내려 아사노강 방면으로 약 5분 정도 걸으면 비로소 그 유명한 전나무가 서 있는 거리 입구에 닿게 됩니다.
Klook.com2. 구역별 상세 탐방 – ‘검은 격자’ 속의 예술
거리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붉고 검은 수직 격자 창문들입니다. 이를 ‘기무스코(Kimusuko)’라 부르는데, 밖에서는 들여다볼 수 없지만 안에서는 밖이 훤히 보이는 구조로 당시 ‘꽃의 거리’였던 이곳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장치였습니다.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늘어선 이 일직선의 풍경은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포인트입니다.
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스쳐 가기엔 아쉽습니다. 필수적으로 들러야 할 곳은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시마(志摩, Shima)입니다. 200여 년 전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. 입장료 500엔을 내고 들어가면 무형의 예술이었던 ‘기예(샤미센 연주 등)’가 펼쳐졌던 방들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. 2층에서 내려다보는 정원은 비록 작지만, 일본식 미학의 정수인 건조식 정원의 평온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.
반대편에 위치한 카이카로(懐華楼)는 750엔의 입장료가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,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금박 다실이 있어 장관입니다. 가나자와 금박 공예의 극치를 보여주는 실내 전시물들은 이곳이 왜 에도 시대 ‘백만 석 가나자와’의 자부심이었는지를 증명합니다. 특히 이곳에서 맛보는 금박 차 한 잔은 여행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줍니다.
3. 계절별·시간대별 방문 전략
히가시 차야 거리는 계절마다 입는 옷이 다릅니다. 벚꽃이 피는 4월 초순에는 거리 자체보다는 바로 옆 아사노강(Asano River) 변의 벚꽃 터널이 환상적입니다. 흐드러진 벚꽃 잎이 강물을 따라 흐르는 배경으로 기모노를 입고 걷는 사진은 평생 잊지 못할 기록이 됩니다. 반면 겨울(1~2월)에는 검은 격자무늬 위로 소복이 내려앉은 하얀 눈이 교토와는 또 다른 가나자와 특유의 무채색 미학을 완성합니다.
가장 중요한 팁은 방문 시간입니다. 오전 10시가 넘어가면 대형 관광버스가 쏟아내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어집니다. 진정한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오전 8시 30분~9시 사이에 도착해 보길 권합니다. 상점 문은 열리지 않았을지언정, 고요한 거리에 메아리치는 발소리를 들으며 오직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. 혹은 아예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대에 방문해 보세요. 가스등을 닮은 노란 조명이 하나둘 켜지면, 어디선가 샤미센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몽환적인 밤의 차야 거리가 펼쳐집니다.
4. 꼭 맛봐야 할 미식과 쇼핑 아이템
가나자와에 왔다면 금박(Gold Leaf) 미식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. 히가시 차야 거리 메인 스트리트에 위치한 하쿠이치(Hakuichi, 箔一)는 800엔짜리 금박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합니다. 아이스크림 전체를 얇은 식용 금박지로 감싸주는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즐거운 구경거리입니다. 짠맛과 단맛이 조화로운 밀크 소프트의 맛도 훌륭한 편입니다.
점심 식사라면 타몬(Cafe たもん)을 추천합니다. 전통 가옥을 리모델링한 팬케이크 전문점으로, 폭신한 식감의 화이트 팬케이크가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. 대기 줄이 길 수 있으니 스마트폰으로 원격 예약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. 쇼핑은 가나자와 금박 공예품이나 이 지역 특산물인 가나자와 보차(볶은 입차)를 추천합니다. 특히 입 안 가득 고소한 향이 퍼지는 보차는 한국 귀국 후에도 이 거리를 추억하기에 가장 좋은 매개체가 됩니다.
5. 주변 연계 코스 제안
히가시 차야 거리를 2시간 정도 둘러봤다면 이제 다리를 하나 건너보세요. 히가시 차야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주계정(主計町, Kazue-machi) 차야 거리는 히가시 차야보다 훨씬 조용하고 아늑합니다. 이곳의 매력은 ‘쿠라가리 자카(暗がり坂)’라 불리는 어두운 언덕길입니다. 과거 사무라이들이 남몰래 차야 거리를 드나들기 위해 이용했다는 이 골목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, 가나자와 시내에서 가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명당 중 하나입니다.
가나자와 추천 하루 루트
오전 09:00: 히가시 차야 거리 탐방 (시마, 카이카로 관람)
오전 11:30: 오미초 시장 이동 및 점심 (카이센동)
오후 01:30: 가나자와 성 공원 & 겐로쿠엔 산책
오후 04:00: 21세기 현대미술관 관람
오후 06:00: 코린보/나가마치 주변 저녁 식사 및 마무리
6. 여행자를 위한 실용 팁 모음
마지막으로 여행의 질을 높여줄 몇 가지 실용적인 팁입니다. 히가시 차야 거리 초입에는 기모노 대여점이 여러 곳 성황리에 영업 중입니다. 보통 2시간 대여 기준으로 미리 온라인 예약을 하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. 가나자와는 비가 잦은 것으로 유명합니다. 갑작스러운 비에 대비해 가나자와 우산을 대여해주는 샵도 있으니 참고하세요.
캐리어 등 큰 짐은 가나자와역 물품 보관함에 맡기는 것이 필수입니다. 돌길은 캐리어를 끌기에 매우 부적합하며, 내부 관람이 가능한 찻집들은 공간이 협소해 큰 짐 반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. 마지막으로 공중화장실은 거리 입구 버스 정류장 근처와 마을 중앙부 주차장 인근에 잘 구비되어 있으니 미리 위치를 파악해두세요.
이런 여행자에게 추천해요
- 일본의 소도시 감성과 에도 시대의 미학을 직접 경험하고 싶은 분
- 기모노를 입고 인생 사진을 남기고 싶은 여행자
- 금박 소프트아이스크림 하나로 특별한 디저트 인증샷을 남기고 싶은 분
출처:九州オル레









